제14회 장애 아동·청소년 독후감대회 문화체육부장관상 수상작 "페인트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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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서장협 작성일 21-09-13 14:05 조회 2,983회 댓글 0건본문
또 하나의 지누301 (나는 지누301)
제누301은 NC센터에서 살고 있다. NC센터는 버림받은 아이들을 부모 대신 키워주는 정부기관이다. 그곳 아이들은 자기를 입양해 줄 좋은 부모를 선택하기 위해 부모 면접을 한다. 아이들은 3차의 면접에서 통과한 예비부모들과 한 달 동안 같이 생활한 후에 입양을 결정한다. 이렇게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 새로운 부모에게 입양되었고 그 절차를 아이들은 ‘페인트’라고 부른다.
제누301도 최가디언과 함께 홀로그램에 봤던 부부를 만나 마지막 면접을 본다. 가디언은 아이들을 돌봐주고 공부, 운동, 식사 등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. 그 부부는 정부에서 주는 혜택과 부모가 되어보려는 기대를 품고 아이를 입양하려던 것이었다. 제누301은 마지막 면접을 끝내고 그들과 어른이 된 후 친구로 다시 만나기로 하며 입양을 거절한다. 그 후 제누301은 앞으로의 페인트를 모두 거부한다. 19살이 지나 사회에 나오면 평생 NC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게 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 길을 선택한다. NC센터 출신 아이들을 차별하는 사회의 안 좋은 시선을 NC센터 출신이 스스로 바꾸어보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. 제누301은 부모가 양육하지 않았어도 훌륭한 사회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바깥 세상에 나올 준비를 시작했다.
저는 부모가 없고 농학생들만 모여 사는 농아원 겸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습니다. 어려서는 아무것도 모르다가 나에게 부모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자존감이 무너졌습니다. 지금 이 인생은 가짜라고 생각했습니다. 아무리 수소문해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알지도 못하는 부모를 미워했고 세상과 벽을 쌓으며 지냈습니다. 모든 것이 싫었고 나 자신도 안 좋게 보였습니다.
그런데, 길에서 부모가 아이와 함께 손잡고 다닐 때, 아이를 안아줄 때,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사 주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정말 부러웠습니다. 6살 때쯤에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.
“나는 부모가 없으니까 새로운 부모에게 입양이 될까?”
“그렇다면 어떤 부모일까? 착한? 돈 많은? 나쁜?”
그래서 이 책에서 “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면, 어떤 부모를 선택하실래요?”라는 구절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. 만약에 저에게 페인트의 기회가 있다면 아이를 소중하게 여기는 부모를 선택하고 싶습니다. 아이를 끊임없이 사랑하며 항상 잘 보호해주는 부모.
아마 7살 때였는데 마치 제누301을 보살피는 박가디언처럼 농아원 선생님 중 한 분이 제가 부러워했던 모든 일들을 함께 해주시고 저를 소중히 여겨주셨습니다. 한편으로는 이런 일이 낯설고 어색했지만, 한편으로는 너무 감사했습니다. 그리고 점점 부모에 대해 고민하지 않게 되었습니다. 왜냐하면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이 삶이 너무나 만족스럽기 때문입니다. 부모가 없더라도 내 옆에서 도와주는 분들이 늘어나고 그런 분들은 마치 부모 같은 존재로 느껴집니다. 비록 부모가 없더라도 제가 후손들의 첫 번째 조상이 되어 새롭게 시작하자는 마음도 생겼습니다.
“페인트”가 입양을 주요 소재로 한다는 책 소개글을 읽고 처음에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 읽기 싫었습니다. 그런데, 읽는 동안 저와 비슷한 처지인 제누301에게 많이 공감하며 마치 제가 주인공이 된 것 같기도 했습니다. 그런데 제누301은 저보다 사랑 받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안타까웠습니다.
이 책은 저에게 특별했고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.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더 많이 이해하고 사랑을 나누고 함께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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